
지난해 하반기, 저는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고도 가격 협상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다른 매수자에게 넘겨줬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시장이 뜨거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 와서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거래량은 늘고 매물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습니다. 9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가 5개월 만에 반등하며 시장 분위기가 다시 꿈틀거리는 지금, 제가 그때 놓쳤던 시장 읽는 법을 정리해봤습니다.
토허제 신청 건수, 거래량보다 한발 앞선 신호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엔 몰랐던 지표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란, 지정 구역 내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또는 주택을 매매할 때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이 집 사겠습니다'라고 신청서를 먼저 내고 허가가 나야 계약이 성립되는 구조입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3,678건으로 8월 대비 24% 증가했습니다(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4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한 수치입니다.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거의 100% 허가가 납니다. 그래서 이 신청 건수는 사실상 한 달 뒤 실거래량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이 지표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시장이 과열되기 직전에 훨씬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텐데 싶어서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권역별로 보면 강북권 44.8%, 한강벨트 21.2%, 서남권 19.5%, 강남 3구·용산구 14.6% 순이었습니다. 건수 비율은 강남 3구·용산구가 가장 낮았지만, 전월 대비 신청 증가율은 51%로 오히려 가장 높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가격 조정이 나오면서 급매처럼 느껴지는 물건이 생기자 이 지역에서 선택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토허제 신청 건수 = 실거래량보다 약 1개월 앞선 선행 지표
- 9월 신청 건수 3,678건, 전월 대비 24% 증가 (5개월 만의 반등)
- 강남 3구·용산구는 비율은 낮지만 증가율 1위(+51%) — 가격 조정 국면에서 급매 수요 유입
- 선행 지표 기준으로 9월 실거래량은 4,000~5,000건 수준으로 반등 예상
매도자 우위 시장, 제가 직접 겪어보니
거래량과 매물 수, 이 두 가지 숫자만 알아도 지금 시장의 협상력이 어느 쪽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거래량이 늘고 매물 수가 줄어드는 국면. 이게 바로 매도자 우위(Seller's Market) 시장입니다. 매도자 우위란 팔 물건은 없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많아 매도자가 가격과 조건을 주도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집을 보러 다니던 지난해 하반기가 딱 이 국면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들이 "지금은 가격 잘 안 깎이는 시장이야~"라고 했던 그 말이, 결국 매물 소진 속도가 신규 공급보다 빠르다는 뜻이었습니다. 조금만 고민하면 다른 매수자에게 넘어갔고, 직전 실거래가 수준으로 겨우 협상이 되는 정도였습니다. 올해 상반기 5월~6월까지 거래량 증가와 매물 감소가 동반되며 이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났고, 구로구 등 외곽에서도 집주인이 매도 의사를 철회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두 번째는 거래량은 늘지만 매물 수도 여전히 많은 국면입니다. 이건 시장이 방향을 탐색하는 눈치 보기 구간입니다. 지금 9~10월 시장이 이 구간과 가장 비슷합니다. 토허제 신청이 반등해 거래는 소폭 살아나는 기미가 있지만, 매물 수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R-ONE). 이 구간이 이어지다가 거래량이 다시 살아나면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첫 번째 국면으로 넘어가고, 반대로 거래가 다시 꺾이면 매물 적체로 인해 가격 조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거래량도 줄고 매물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건 상승장 말미에 종종 나타나는데, 나와 있는 매물 자체가 워낙 적어 적은 거래로도 신고가가 연속으로 갱신됩니다. 이때 극도의 조급함이 생기는데, 제 경험상 이건 냉정하게 가격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지나치게 높은 호가에 계약하기 쉬운 상황입니다.
네 번째는 거래량이 줄고 매물 수가 늘어나는 국면입니다. 이게 매수자 우위(Buyer's Market) 시장이자 하락장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2022년이 대표적이었고, 이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2년 겨울부터 거래가 야금야금 되살아나면서 2023년 초 반등의 씨앗이 됐던 것처럼, 침체의 끝자락에서 거래량이 먼저 움직인다는 걸 기억해두는 게 좋습니다.
서울 외곽에서 경기도로 번지는 키맞추기
제가 부천 쪽 시세를 한 번 찾아봤는데, 7호선 초역세권 구축 아파트 20평대가 아직 5억 원대에 매수 가능한 단지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서울 외곽과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이게 단순히 '경기도니까 싸다'로 끝날 이야기인지, 아니면 수요 이동의 전조인지 꽤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키맞추기란, 상급지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인근 지역 가격이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올해 2025년에는 한강벨트와 강남 3구 위주로 먼저 올랐고, 그다음에 서울 외곽이 전월세 부담을 버티지 못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붙으면서 가격이 따라 올랐습니다. 예를 들어 구로구의 경우 연초 6억 원이던 단지가 현재 8억 원 수준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논리를 동심원으로 확장하면 다음 차례는 서울에 인접한 경기 지역이 됩니다. 부천, 안양 동안구처럼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면서도 아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들은 대출을 활용한 무주택자의 실수요 유입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10억 원 이하 단지가 여전히 많아 LTV(담보인정비율) — 쉽게 말해 집값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 — 규제 범위 안에서 접근할 수 있는 매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합니다.
물론 이 흐름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전월세 대란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한 수요 이동의 방향성 자체는 유효해 보이지만, 단기 거래량 흐름이나 금리 변화에 따라 속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부천과 안양 동안구 일대의 실거래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매물 수와 거래량 두 지표가 동시에 방향을 틀어주는 시점을 기다릴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서울시가 매월 공식 보도자료로 발표합니다. 서울시 공식 뉴스 채널이나 한국부동산원 R-ONE 통계 시스템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거래 신고 건수보다 약 한 달 앞서 공개되기 때문에 선행 지표로 먼저 챙겨보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Q. 매물 수가 늘고 거래량이 줄면 무조건 집값이 떨어지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국면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침체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전월세 대란처럼 실수요를 자극하는 구조적 요인이 살아 있으면 거래가 다시 살아나며 국면이 전환되기도 합니다. 2024년 가을 10·15 대책 이후 매물이 늘었다가 2025년 초 거래량이 급증하며 오히려 가격이 뛴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Q. 서울 인접 경기도 중 지금 당장 눈여겨볼 지역은 어디인가요?
A. 부천(7호선 라인)과 안양 동안구 등 가격 대비 서울 접근성이 좋고, 아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매수 절차가 비교적 자유로운 서울 외곽 경기도 지역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시로 든 두 지역 모두 10억 원 이하 단지가 많아 대출을 활용한 무주택자 실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시세 흐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지금 같은 눈치 보기 장세에서 집을 사도 괜찮을까요?
A. 시장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건 저도 자신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보니 타이밍보다는 가격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게 훨씬 중요했습니다. 매물 수가 많고 거래가 줄어드는 지금은 협상력이 매수자에게 있는 구간이라, 오히려 급매나 조정 물건을 선별해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전월세 비용 부담과 대출 여건을 함께 고려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지난해 집을 보러 다닐 때 저는 가격 등락만 쫓았습니다. 매물 수와 거래량이라는 두 숫자를 같이 봤더라면, 그 시장이 얼마나 매도자에게 유리한 국면이었는지 훨씬 일찍 알아챘을 겁니다. 지금은 반대로 매물은 늘고 거래는 줄어든 국면입니다. 토허제 신청 건수가 소폭 반등하며 바닥을 다지는 신호가 나왔지만, 이 흐름이 지속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부천과 안양 동안구 일대의 실거래가와 매물 수 추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거래량이 회복되는 타이밍에 움직일 준비를 해두려 합니다. 타이밍을 딱 맞추겠다는 생각보다, 내 상황에 맞는 가격 기준을 먼저 잡고 그 기준에 맞는 물건이 나왔을 때 결단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